일출 / 淸草배창호
새벽안개 걷히면서
먼동이 아슥이 깰 무렵이면
밤새 울어대는 북풍조차도 고요를 감싼 체
소리 기척도 없는 정적마저 무심하여
서리 맞은 눈꺼풀이 한 짐이고
뼛속까지 꽁꽁 얼어붙은 돌 개천이
동면冬眠에 들지 못한 회상이 쉴 새 없다
어느 시절에 이르면 멈출 날도 있으려니 하였건만,
섶에 적셔 있는 이슬은
해오름하면 이내 사라질 운명인데도
백설의 성곽처럼 올곧게도 당찬 모습을 보라,
이건 아니라고 억지떼 부려 보아도
그슬어 갈 수 없는 강물 같아서
그저 희끗희끗 세월만 늘어갈 뿐이다
동녘 가에 불붙은 산 하나가 덩그렇다
엄니의 젖무덤같이
경이롭도록 따스하게 빚은 장엄한 빛살이
내 안을 파고들듯이 솟는데
합장하듯 보고 있자니
속 뜰 안에 가꾸고서 삼키고 싶은 욕심 하나
빌어볼까,
차마 훔쳐볼까
